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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이 만들어져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 (김순례 의원)

"이제는 사실에 기초해서 논리적으로 이게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 (이종명 의원)

"전두환은 영웅. 5.18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주도한 게릴라전." (지만원 씨)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 망언과 막말

지난 2월 8일, 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 등이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일성과 짜고 북한 특수군을 광주로 보냈다'는 등 허위 주장을 펼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지만원 씨도 나섰습니다. 위와 같은 막말과 망언이 난무했습니다.

광주에서 5.18 민주화운동 시민단체가 상경해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각 정당은 '망언 3인방'을 제명해 달라고 결의안을 제출했습니다. 심지어 이 의원들이 속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당의 공식입장이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높이 평가한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시민단체와 국회의원들로부터 고소·고발도 이어졌습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월 말 서울남부지검과 중앙지검에 접수된 고소·고발 5건을 모아, 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과 지만원 씨에 대한 명예훼손 등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수사는 10달간 이어졌지만 국회의원 3인은 경찰의 출석 요구에 끝내 응하지 않았고, 이들에 대한 조사는 서면조사로 대체했습니다.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
'죄가 되지 않는다'

그 결과가 어제(30일) 나왔습니다. 경찰의 결론은,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명예훼손은 형법상 공연히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을 때 성립합니다. 수백 명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괴물 집단', '종북 좌파' 와 같은 말이 난무했는데도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국회의원 3인의 경우 면책특권 조항 때문에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헌법 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공청회에서 나온 이 발언들은 면책특권 조항에서 말한 '직무상 행한 발언'이라는 게 경찰의 해석입니다.

잠시 앞서 나온 공청회로 돌아가 볼까요. 당시 공청회는 '북한군 개입 여부를 중심으로'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당초 5.18 진상규명법의 진상규명 범위에는 군의 민간인 학살과 실종, 암매장 등 6가지가 포함돼 있었지만, 이후 이종명·김진태 의원의 반복된 요구로 북한군 개입 여부도 진상 규명 범위에 포함됐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북한군 개입 여부를 따지는 공청회에서 나온 온갖 망언들을 '직무상 발언'으로 해석한 겁니다. 경찰 관계자는 "내용을 따지기 전에, 형식적으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지만원 씨의 발언은 개인이 아닌 집단을 향한 의사 표시이기 때문에 명예훼손 대상이 특정되지 않고, 따라서 죄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영등포경찰서
면책특권, 특혜가 아닌 대의민주주의 장치

면책특권은 국회의원만 가지는 특권입니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인 만큼 면책특권으로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발언을, 불체포특권으로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겁니다.

실제 1986년 유성한 신민당 의원은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우리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라고 말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면책특권을 인정받아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2005년 노회찬 의원도 면책특권에 기대 삼성 X파일 사건의 '떡값' 의혹 검사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비록 당시 보도자료를 '국회 내'가 아니라 인터넷까지 게시한 점이 문제가 돼 의원직을 상실했지만, 국회 내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한 부분은 면책특권이 적용됐습니다.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마음껏 막말과 망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특혜가 아니라, 대의민주주의에 충실하라고 국민이 쥐어준 특권인 겁니다.

헌법 45조 (면책특권)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막말 면책특권' 언제까지 봐야 하나요?

경찰의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두고 종일 비판이 들끓었습니다.

5.18 기념재단은 성명을 내고 "국회의원들의 면책특권은 공식적인 입법 활동이나 회의장 행위에 대해 주어진 법률적 권리"라며, "특정한 역사와 사건, 더 나아가 사건의 이해당사자들을 향해 비공식적인 공청회를 통해 막말과 망언으로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천정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찰의 법 적용은 문제가 있다"며, "국회의원이 국회 상임위 회의장이나 본회의장에서 한 발언이 아닌 개인적인 공청회에서 한 발언은 면책특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법리와 사실관계를 분명히 확인해 단호히 대처해 달라고도 당부했습니다.

이들은 면책특권이 국회의원들의 막말과 망언에 대한 '프리패스'가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이 사건은 이제 서울 남부지검으로 송치됩니다. 검찰은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말만 남겼습니다.